서쪽 바다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면, 부둣가는 하루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는 배들로 왁자지껄해집니다.
"난 오늘 사람들을 10명이나 태우고 항해했단다. 너희들처럼 조그만 배들은 사람들 10명을 태우면 아마 떠있지도 못할꺼야. 하하하"
부둣가에서 가장 몸집이 큰 '뚱뚱이 배'는 자신의 몸을 좌우로 흔들어대며 으시댔어요. 그러자 부둣가에서 가장 빠른 배인 '날쌘 배'가 빠르게 선회하며 소리쳤어요. 날쌘 배의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날쌘 배가 지나가면 하얀 파도가 양쪽으로 부서지며 주변 배들에게 마구 물을 튀겼어요.
"흥. 몸집만 큰게 뭐가 자랑이라고! 너처럼 느린 배는 사람들이 안 좋아해 . 나처럼 빨라야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아니지.아니지. 빠르기만 하면 무슨 소용이지?"
물고기를 한가득 실은 고깃배가 날쌘 배를 막아 서며 말했어요.
"사람들은 모두 돈을 좋아해. 그런데 물고기를 잡아서 팔면 돈을 많이 벌 수 있거든. 그러니 나처럼 물고기를 많이 잡을수 있는 배가 최고 아니겠니?"
이렇게 각종 배들이 자신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부둣가는 서로 자기가 잘났다고 떠들어대는 배들로 소란스러웠어요. 그런데 유독 부둣가 구석에 있는 배 한 척만이 아무말도 없이 그저 먼 바다를 보며 떠있었어요. 그 배는 얼마나 오래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떠있었는지 몸 전체에 이끼가 덮여 있었어요.
그때 갑자기 돛대에 멋진 깃발을 달고 있는 '멋쟁이배' 가 무리를 향해 소리를 높였어요.
"애들아. 잠깐만 내 말 좀 들어봐. 난 이 부둣가에서 가장 대단한 배는 바로 저 '꿈꾸는 배'라고 생각해. 어떻게 매일 저렇게 가만히 떠있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을 수 있지? 정말 대단한 것 같지 않니?!"
멋쟁이배는 꿈꾸는배를 대단하다고 치켜세우는 척 했지만 사실은 꿈꾸는 배를 놀리기 위한 말이었어요. (누군가 아무리 좋은 말로 치장한다고 해도, 그 의도는 뻔히 보이는 법이잖아요. 멋쟁이 배의 의도를 다른 배들이 모를리가 없었죠.) 멋쟁이 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그들도 함께 꿈꾸는 배를 놀려대기 시작했어요.
"할 줄 아는거라곤 꿈꾸는 것 밖에 없으니 우리중 단연 최고지!"
뚱뚱이 배가 우스꽝스러운 말투로 꿈꾸는 배를 놀려대자, 부둣가에 있던 배들은 더욱 신나 깔깔 웃어대며 맞장구 쳤어요.
"맞아.맞아. 얼마나 움직이질 않았으면 몸에 이끼가 끼었겠어? 정말 답답하다. 답답해"
"넌 꿈꾸는 배가 아니고 그냥 이끼낀 더러운 배야!"
부둣가에 모여있던 배들은 '꿈꾸는 배'를 두고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놀려 댔지만, 꿈꾸는 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무슨 말을 해봤자 저들을 이해시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꿈꾸는 배는 이끼가 덮여있어서 겉모습이 지저분해보이긴했지만, 사실 아주 크고 멋있는 배였답니다. 처음 꿈꾸는 배가 이곳 부둣가에 왔을 때는 모든 배들이 관심을 가지고 잘 대해줬어요. 다들 '꿈꾸는 배'가 어디로 항해하게 될지, 무엇을 하게 될지 기대하면서 말이예요. 아니 어쩌면 그들은 모두 꿈꾸는 배를 질투하고 있었을지도 몰라요.
그런데 꿈꾸는 배가 부둣가에 온뒤로도 시간이 많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꿈꾸는 배는 어디로 항해를 하는 것도 아니고, 물고기를 잡지도 않았어요. 꿈꾸는 배는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떠 있기만 했어요.
그러다보니 꿈꾸는 배에게 관심을 가졌던 배들은 점점 꿈꾸는 배를 의아하게 여기기 시작했고, 언제부턴가는 꿈꾸는 배를 놀리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꿈꾸는 배는 그들이 뭐라하던 여전히 가만히 제자리에 떠있기만 할 뿐이었지요.
어느덧 부둣가에 어둠이 찾아왔고, 항해와 고기잡이로 피곤했던 배들은 하나 둘씩 잠이 들기 시작했어요. 부둣가에는 파도만이 조용하게 밀려왔다 밀려갔다 하며 배들에게 자장가를 들려주었어요. 깊은 밤 파도가 들려주는 자장가는 너무 달콤해서 몇 분만 듣다보며 모두 잠이 들고 말아요. 하지만 꿈꾸는 배는 달콤한 파도의 자장가 소리에도 잠을 자지 않고 멍하니 먼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어요.
"꿈꾸는 배야. 밤이 깊었는데 왜 아직도 잠을 자지 않고 있니?"
하늘에 떠 있던 달님이 안쓰러운 마음으로 꿈꾸는 배에게 속삭이듯 말을 걸었어요. 달님의 음성은 달빛 만큼이나 아주 은은하고 조용했지만, 너무도 조용한 밤이었기때문에 꿈꾸는 배는 그 음성을 들을수가 있었어요.
"이 소리는 설마 달님이세요?"
"그래. 내 음성이란다. 그런데 뭐가 그리 답답해서 잠도 안자고 그러고 있는지 나에게 말해 줄수 있겠니?"
달님의 은은하면서도 자상스런 목소리에 꿈꾸는 배는 지금까지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했던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놓기로 했어요.
"다들 저를 보고 아무것도 않하고 가만히 떠 있기만 한다고 놀려대요. 근데 사실 저도 무언가 하고 싶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너무 답답해요."
"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는걸까? 혹시 어디가 아프니?"
"아픈 곳은 없어요. 건강해요.. 하지만 저는요..."
꿈꾸는 배는 창피한듯이 주저주저하다가 겨우 입을 열어 대답했어요.
"휴..저는 대체 뭘 해야할지, 대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어요. 부둣가에 다른 배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모두 답답하다고 말해요. 사실 저도 이런 제가 답답해요.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일이나 할 수는 없는거잖아요. 그렇지 않나요?"
꿈꾸는 배가 하는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달님은 한동안 말이 없었어요. 달님이 한참이나 아무 대답이 없자, 답답해진 꿈꾸는 배가 다시 물었어요.
"달님.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걸까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길때까지 기다리면서 꿈꾸고 있는 것이 잘못된 걸까요?"
한참을 침묵하던 달님이 은은한 빛으로 꿈꾸는 배를 살포시 안아주며 말했어요.
"꿈꾸는 배야. 난 네가 틀렸다고 생각지 않아. 그저 아무것도 하기 싫고 귀찮아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분명 게으르고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말야. 내 생각에 꿈을 기다리는것은 아주 멋진 일이라고 생각해. 사실 많은 배들이 꿈을 잊어버리고 살고 있지. 그것은 꿈을 찾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하고, 만약 꿈을 찾았다 하더라도, 그 꿈을 이루기까지는 힘든 순간들이 많기 때문이야.
꿈꾸는 배야. 난 네가 너의 꿈을 찾는 것을 응원할께. 시간이 오래 걸려도 포기하지 마렴"
꿈꾸는 배는 달님의 진심어린 응원의 말을 듣고는 답답하고 조급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누군가에게 전심으로 응원받는 것은 아주 기분 좋은 일이랍니다. 그리고 정말로 누군가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것은 그 사람에게 아주 큰 힘이 된답니다.)
하지만 달님과 대화를 나눈 이후로도 꿈꾸는 배는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못했고, 꿈꾸는 배의 몸에는 이끼가 자꾸 자꾸 늘어갔어요. 꿈꾸는 배는 초조하고 불안했지만 그럴때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어요. 만약 달님의 응원이 없었다면 꿈꾸는 배는 분명 도중에 포기했을거에요.
-1-
어느 날 밤이었어요. 그 날도 어김없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부둣가로 돌아온 다른 배들은 모두 일찍 잠에 빠져있었어요. 오직 꿈꾸는 배만이 말똥말똥한 눈으로 달님이 구름속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얼마 후 짙은 구름속에서 달님의 얼굴이 드러났고, 꿈꾸는 배는 즉시 작지만 아주 들뜬 목소리로 달님을 불렀어요.
"달님! 달님! 어서 제 애기 좀 들어보세요. 제가 드디어 꿈이 생겼어요! 하고 싶은 일이 생겼다고요!"
꿈꾸는 배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고, 뭐가 그리 좋은지 몸을 이리저리 흔들어 대며 소리쳤어요. 다른 배들이 모두 자고 있는 것도 깜빡한 꿈꾸는 배는 자신의 목소리가 너무 컸다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 자신의 입을 막았어요. 꿈꾸는 배의 들뜬 모습에 달님도 평소와는 다르게 아주 들뜬 목소리로 물었어요.
"정말? 어떤 꿈을 꾸었지? 빨리 말해주렴. 정말 궁금하구나!"
꿈꾸는 배는 설렘 가득한 목소리로 달님에게 자신의 꿈을 이야기해 주었어요.
"오늘 낮에요. 저희 부둣가에 아주 크고 멋지게 생긴 배가 잠시 정박하러 왔었거든요. 그런데 그 멋진 배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자신은 지금 세계일주 중이라는거에요! 이곳도 세계일주를 하면서 잠시 들른거래요. 세계일주라니...정말 멋지지 않아요?!"
꿈꾸는 배는 이미 몇시간이 지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흥분이 가시질 않는지 몸을 바다 밑으로 넣었다 올렸다 하면서 춤을 추듯 말했어요.
"달님! 저도 세계일주를 하면 정말 멋지겠지요?"
"난 잘 모르겠는데.."
달님이 장난끼 섞인 말투로 짐짓 모른체 하자, 꿈꾸는 배가 실실 웃으며 말했어요.
"헤헤. 달님. 정말 멋있을 것 같아요."
달님은 꿈꾸는 배가 이리저리 몸을 흔들며 기뻐하는 것을 보자, 달님도 기뻐서 환한 달빛을 바다에 뿌리며 말했어요.
"꿈꾸는배야. 내가 끝까지 응원할께! 힘내! 꿈꾸는 배야!"
달님과 대화를 마친 꿈꾸는 배는 너무 기뻐서 잠이 오지 않았어요. 이전에는 걱정과 근심으로 잠을 못 잤지만 오늘은 설렘과 흥분으로 잠이 오지 않았어요. 꿈꾸는 배는 들뜬 마음으로 항해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고, 큰 바다로 항해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어요. 꿈꾸는 배는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행복한 상상을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어요.
-2-
다음날 아침. 꿈꾸는 배는 누구보다 일찍 일어나 항해 준비를 하기 시작했어요. 막 잠에서 깬 날쌘 배가 항해 준비를 하고 있는 꿈꾸는배를 보고 깜짝 놀라 물었어요.
"꿈꾸는 배야. 네가 웬일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하나,둘씩 잠에서 깨어난 배들도 꿈꾸는 배를 보며 놀라 물었어요.
"항상 가만히 있기만 하던 놈이 아침부터 갑자기 어디가려고 저렇게 부산을 떠는거지?"
꿈꾸는 배는 자신을 의아하게 쳐다보는 배들을 바라보며 당당하게 자신의 꿈 이야기를 해주었어요. 꿈꾸는 배의 꿈이야기를 듣고 있던 배들은 모두 수근거리며 꿈꾸는배를 비아냥 거리기 시작했어요.
"흥. 너가 세계일주를 하겠다고? 네 주제를 좀 알아라!"
"네가 생각하는 것 만큼 세상일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아. 헛수고하지 말고, 우리처럼 이 앞바다에서만 항해하며 적당히 살아!"
"꿈같은 소리 그만좀 해! 세계일주는 커녕 바다 한가운데 빠져 죽을걸! "
꿈꾸는 배는 친구 배들의 조롱과 걱정을 뒤로하고, 묵묵히 자신이 계획한대로 항해를 나가보기로 했어요. 부둣가를 나선 후 점점 굳은 몸이 풀리기 시작하자, 꿈꾸는 배는 점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어요. 끝없이 넘실거리는 파도와 높고 푸른하늘, 그리고 저 끝까지 펼쳐져 있는 수평선을 보며 꿈꾸는 배는 나 혼자서도 충분히 세계 일주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꿈꾸는 배도 부둣가를 나서기전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가다가 길을 잃으면 어떡하나, 도중에 태풍을 만나면 어떡하나 등 걱정이 많았었어요. 어쨌든 꿈꾸는 배는 며칠을 계속 나아갔고, 그러다 어느 항구에 도착하게 되었어요.
'점점 방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 이곳에 들어가서 정보도 얻고 쉬었다가야겠어.'
꿈꾸는 배가 도착한 항구는 아주 커다란 항구였어요. 거대하고 호화롭게 생긴 배들이 얼마나 많은지, 꿈꾸는 배가 머물렀던 부둣가의 배들과 비교하면 열배나 더 큰 배들도 있었어요. 게다가 모든 배들이 얼마나 깨끗하고 말끔한지 꿈꾸는 배는 갑자기 자신의 이끼 덮인 모습이 너무나 부끄러웠어요.
꿈꾸는 배는 기가 죽어 조용히 한쪽 구석을 향해 나아가 제일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었어요. 그리고는 주변의 다른 배들의 모습과 자신의 모습을 비교해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어요.
'세상에 이렇게 잘나고 멋진 배들이 많았구나. 근데 난...'
큰 항구의 배들은 꿈꾸는 배에게 아무 관심도 없었어요. 그들은 가끔씩 힐끔힐끔 꿈꾸를 배를 흘겨볼 뿐 인사조차 건네지 않았어요. 그런 모습에 꿈꾸는 배는 더욱 풀이 죽었고, 자신감을 점점 잃어갔어요. (여러분도 알다시피 감정이라는 것은 참 쉽게 변하거든요. 그래서 중요한 결정은 감정에 따라 성급히 하면 안돼요.)
그때 갑자기 얼굴이 새까맣게 탄 한 청년이꿈꾸는 배 앞에 다가와 말했어요.
"처음 보는 배인데, 넌 누구지?"
꿈꾸는 배는 낯선 청년이 갑자기 자신에게 말을 걸자 깜짝 놀라 말했어요.
"저요? 아 저는 꿈꾸는 배에요!"
"꿈꾸는 배라고?! 하하. 참 이상한 이름이구나. 그래 어떤 꿈을 꾸고 있는지 말해 줄 수 있겠니?"
"저는... 세계 일주를 하고 싶어요."
"세계일주라고? 하하. 퉤"
사실 꿈꾸는 배는 이 청년이랑 별로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았어요. 청년이 말 할때마다 습관적으로 바닷가에 침을 뱉는 것도 싫었지만, 무엇보다 자신을 깔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사실 너같은 배는 세계일주하기 힘들어. 하지만 내가 도와주면 할 수있을지도 모르지. 퉤"
꿈꾸는 배는 주변에 멋지고 커다란 배들을 보며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웬 낯선 청년이 세계일주를 도와줄 수있다고 하자, 너무 기뻐서 하마터면 물에 퐁당 빠질 뻔 했어요.
"정말요? 정말 제가 세계일주를 하는 것을 도와주실수 있어요?"
"그럼. 당연히 도와 주고 말고."
"와!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꿈꾸는 배는 세계일주를 하려고 당차게 나오긴 했지만, 막상 나와서 조금 항해를 해보니 모르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어요. 게다가 주변에 멋지고 거대한 배와 자신을 비교하며 기가 죽어 있었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게 웬 낯선 청년이 자신을 도와준다고 하니 얼마나 기뻤겠어요.
"그런데 조건이 있어. 우선은 내가 원하는 곳으로 짐들을 모두 옮겨 줘야 돼. 그 짐을 다 옮기고 나면 그때 도와줄께."
"좋아요! 뭐든지 할께요!"
꿈꾸는 배는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육지라도 걸어가라면 걸어갈 기세였어요.
잠시 후, 청년은 어디에선가 짐을 잔뜩 가지고와 꿈꾸는 배 위로 짐을 실었어요. 꿈꾸는 배는 이렇게 무거운 짐을 처음 실어봤기 때문에 어깨와 등이 너무 아프고 힘들었어요. 사실 짐을 실어 본 경험이 없는 꿈꾸는 배에게 이만큼 많은 짐을 싣고 항해하는 것은 조금 무리었어요. 하지만 꿈꾸는 배는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꾹 참고 견뎠답니다.
"자. 짐은 다 실었고. 이제 나를 태우고 내가 지시하는 곳으로 가자. 퉤."
"근데요! 그곳에 짐을 내리고 나면 제가 세계일주를 하도록 꼭 도와주셔야 해요!"
"당연하지. 잔말말고 어서 움직이기나 해! 퉤"
꿈꾸는 배는 기쁜 마음으로 다시 바다로 나왔어요. 날씨는 더없이 화창했고 파도는 잔잔했어요.
'좀 무겁긴 하지만 이런 날씨라면 충분히 항해할 수 있어!'
꿈꾸는 배는 힘을 내서 항해를 시작했고, 계속해서 먼 바다로 나아갔어요. 꿈꾸는 배는 세계일주에 관해 몇 가지 질문을 건네봤지만, 낯선 청년은 꿈꾸는 배에게 아무 대답도 해주지 않았어요. 이따금씩 꿈꾸는 배에게 방향만 지시하고는 계속해서 자신의 짐만 살펴볼 뿐이었요. 꿈꾸는 배는 자신의 질문을 무시하는 청년이 화가났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이룰수 있다는 생각에 모두 참을 수 있었어요.
꿈꾸는 배는 질문하는 것을 포기하고는 아무말도 없이 계속해서 나아갔어요. 그런데 갑자기 날이 어둑어둑해지면서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게다가 파도도 점점 거세게 일기 시작하더니 바람도 거세게 불어오기 시작했어요.
"저기요! 파도랑 바람이 너무 세요! 어떡해요?!"
꿈꾸는 배는 이렇게 먼 바다까지 나와본 적이 없었어요. 게다가 이런 굳은 날씨에는 항해를 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덜컥 겁이 나서 소리쳤어요. 하지만 청년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쌀쌀맞은 태도로 그저 계속 나아가라고만 지시하고서는 자신은 선실 안으로 들어가 버렸어요. 꿈꾸는 배는 화도 나고, 너무 힘들어서 왜 자신이 여기까지 와서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후회가 들기 시작햇어요.
'그냥 다른 배들처럼 근처 바다만 항해하면 살았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텐데...'
꿈꾸는 배는 갑자기 서러운 마음이 들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냥 다 포기하고 원래 살던 부둣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하지만 이제 와서 돌아갈 수는 없었어요. 꿈꾸는 배는 어쩔수 없이 죽을 힘을 다해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어요.
한동안 거센 파도와 바람에 시달리던 꿈꾸는 배는 이제 정말 기진맥진해서 쓰러질 정도가 되었어요. 그때 정말 기적같이 저 멀리 하얀 등대에서 비추는 빛이 눈에 들어왔어요. 드디어 청년의 목적지에 도착한거랍니다.
등대빛을 따라 조금 더 나아가자 자그마한 항구가 보였고, 꿈꾸는 배는 겨우겨우 항구에 들어가 정박했어요. 항구에는 이미 몇몇의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꿈꾸는 배가 정박하자 마자 서둘러 꿈꾸는 배에 올라타 짐을 내리기 시작했어요. 무거웠던 짐이 하나 둘씩 내려지고, 얼마지나지 않아 모든 짐이 내려지자 꿈꾸는 배는 지친 목소리로 청년에게 물었어요.
"저기요! 짐을 다 내렸으니, 이제 빨리 알려주세요!"
청년은 꿈꾸는 배를 바라보며 히죽거리다가, 갑자기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어요.
"하하. 멍청한 꿈꾸는 배야. 꿈은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꿈이라고 하는거란다! 난 애초에 널 도와줄 생각이 없었어. 하하"
꿈꾸는 배는 청년의 말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어서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어요.
"설마 나한테 거짓말 한거에요?"
"하하. 속은 네가 잘못이라네!"
청년은 다시 한 번 크게 웃고는 사람들과 함께 짐을 차에 싣고는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요.
꿈꾸는 배는 너무 억울하고 슬펐어요. 게다가 어깨도 너무 아프고 지쳐서 그야말로 바다에 빠져버렸으면 좋겠다고 까지 생각이 들었어요.
"꿈꾸는 배야. 왜 울고 있니?"
꿈꾸는 배는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맥없이 고개를 올려다 보았어요. 달님이 하늘에서 은은한 빛으로 자신을 비추고 있었어요. 꿈꾸는 배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그간의 사정을 달님에게 모두 얘기했고, 달님은 같이 아파하며 꿈꾸는 배의 말을 끝까지 들어줬어요.
"달님. 저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요..."
"꿈꾸는 배야. 그렇지 않아. 지금은 많이 힘들긴 하겠지만 사실 너에게 유익했던 것들도 있었단다."
"저에게 유익했던 것이요?"
달님은 은은한 빛으로 꿈꾸는 배를 감싸주면서 말했어요.
"거센 파도와 바람때문에 많이 고생했겠지만, 네 몸을 보렴. 이끼로 덮혀 지저분했던 몸이 거센 파도와 바람으로 모두 씻겨 나갔어. 네가 예전보다 얼마다 아름다워졌는지 넌 아마 상상도 못할걸?!"
그제서야 자신의 몸을 살펴본 꿈꾸는 배는 자신의 몸에 붙어 있던 이끼들과 지저분한 것들이 모두 말끔히 씻겨나간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서 외쳤어요.
"와! 정말이네요. 사실 이전에는 이끼가 끼든 말든 상관도 안 했었어요. 근데 이끼가 씻겨나간 제 자신을 보니 좀 멋있는 것 같아요. 하하"
달님과 꿈꾸는 배는 서로를 보며 크게 웃었고, 꿈꾸는 배는 어느새 다시 씩씩해져 마음을 다잡았어요.
"달님. 저 포기하지 않을래요!"
"그래. 그러렴. 내가 항상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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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배는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어요. 하루만에 다시 이끼로 덮일리는 없었지만, 꿈꾸는 배는 혹시나 잠자는 사이에 이끼가 다시 꼈으면 어떡하나 불안했었던 거에요. 다행히도 꿈꾸는 배의 몸은 여전히 말끔했고, 아침햇쌀을 받아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힘도 더 세진 것 같았어요.
'날 속인 그 사람은 정말 괘씸하지만, 그래도 그 사람 때문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어. 게다가 몸도 이렇게 말끔해지고 말이야. 암튼 이제 다시는 몸에 이끼가 끼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겠어.'
꿈꾸는 배는 자신을 소중히 대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고나서는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꿈꾸는 배가 생각하기에 다시 항해를 하는 것은 너무 무모한 것 같았어요. 그리고 이렇게 아무 준비도 없이 항해를 하다가는 이전처럼 남들에게 이용만 당하면서 시간만 낭비할 것 같았어요. 게다가 자신이 바다에 대해 너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세계일주에 대한 꿈이 막막해져 갔어요.
'휴. 어떡하지... 다시 돌아가야 하나... 세계일주 할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고 나왔는데, 이렇게 돌아가면 다들 신나서 놀려댈텐데...'
꿈꾸는 배는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는것도 싫었지만, 무엇보다 친구들이 자신의 꿈을 비웃을 거라는게 제일 싫었어요.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봐도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어요. 지금 상황에서는 부둣가로 돌아가는 것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어요. 꿈꾸는 배는 깊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원래 있던 부둣가를 향해 힘없이 나아갔어요.
꿈꾸는 배가 어깨를 축 늘어트린채 부둣가로 돌아오니, 아니다 다를까 날쌘배가 가장 먼저 꿈꾸는 배를 발견하고는 소리쳤어요.
"하하. 저기 꿈꾸는 배가 돌아온다. 세계일주를 한다고 하더니 동네 한바퀴를 하고 온모양이야."
뒤늦게 꿈꾸는 배를 발견한 뚱뚱이 배도 뒤질세라 한마디 거들었어요.
"모두 길을 비켜라. 세계일주를 하고 돌아오신 꿈꾸는 배가 오신다."
부둣가에 모여있던 배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며 꿈꾸는 배를 놀려댔어요. 친구들이 자신을 놀려댈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한편 자신을 조금은 이해해 주겠지 하는 생각도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부둣가에 도착해보니 다들 한 목소리로 자신을 놀려대는 소리를 들으니, 평소에는 화를 잘 내지 않던 꿈꾸는 배도 이번에는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소리쳤어요.
"내가 뭐 어때서! 아무 꿈도 없이 사는 너희들보다는 내가 훨씬 나! 그리고 제발 나한테 관심꺼!"
꿈꾸는 배가 화를 내며 소리치자, 순간 주위 분위기가 얼음장같이 차가워지면서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그러더니 다들 슬금슬금 자리를 떴고, 꿈꾸는 배는 화를 참지못하고 소리친것을 후회하며 부둣가 한쪽 구석에 틀어 박혔어요.
-5-
부둣가로 돌아온 꿈꾸는 배는 며칠 동안은 예전처럼 가만히 바다에 떠있기만 할뿐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예전처럼 계속 그렇게 가만히 있을수만은 없었어요. 꿈꾸는 배는 속상한 마음을 추스리고 무엇이든 다시 시작해야 했어요.
'예전처럼 이렇게 아무것도 안하고 떠있기만 할 수는 없어. 그러다가는 다시 몸에 이끼만 낄뿐이야.'
꿈꾸는 배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는 하릴없이 고깃배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고기를 잡고 있던 고깃배들은 꿈꾸는 배가 자신들을 향해 다가오자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어요.
"꿈만 꾸던 놈이 여기는 왜 온거지? 설마 우리처럼 고기를 잡으려고 온건 아니겠지?"
꿈꾸는 배가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어요.
"맞아. 나도 이제부터 물고기를 잡을거야."
고깃배들은 황당한 표정으로 꿈꾸는 배를 바라보았지만, 그냥 꿈꾸는 배가 고기를 잡게 내버려 두었어요. 고깃배들은 며칠 못가 꿈꾸는 배가 포기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처음에는 꿈꾸는 배도 나름 열심히 했어요. 하지만 고기잡는 법을 배운적도 없는데다가, 누구도 꿈꾸는 배를 도와주려고 하지 않았기때문에, 꿈꾸는 배는 며칠도 못가 고깃배들의 예상처럼 고기잡는 것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어요.
고깃배가 말했어요.
"너같은 배가 기술도 경험도 없이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넌 그냥 사람들 짐이나 옮기는게 딱 맞을것 같은데!"
꿈꾸는 배는 고깃배의 말에 자존심이 상하긴 했지만, 사실 그의 말이 맞았어요. 꿈꾸는 배는 지금까지 무엇을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고, 제대로 일을 해본적도 없었어요. 꿈꾸는 배 자신이 보기에도 자신의 실력으로는 짐을 옮기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어보였어요. 그래서 꿈꾸는 배는 고기잡는 것을 포기하고, 창고들이 모여 있는 곳을 향해 나아갔어요.
그날부터 꿈꾸는 배는 사람들의 짐을 실어나르는 일을 하며 살았어요. 몸은 고되고 지루했지만, 아무생각없이 짐만 나르면 되었기때문에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러던 어느날 밤이었어요. 꿈꾸는 배는 그날도 어느때와 다름없이 일을 마치고 지친몸을 이끌며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꿈꾸는 배가 무심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달님이 환한 빛을 내며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 순간 꿈꾸는 배의 눈에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어요. 한 번 흘러내리기 시작한 눈물은 봇물 터지듯 흘러나왔고, 그렇게 꿈꾸는 배는 한참을 울었어요.
'내가 왜이러지...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거지?"
꿈꾸는 배 자신도 잘 몰랐던거에요. 자신의 꿈을 포기한 것, 친구들에게 놀림당한것, 아무 의미없이 대충 살아가고 있는 것, 이 모두가 꿈꾸는 배의 마음을 많이 슬프게 했다는 사실을요.
꿈꾸는 배는 이 모든것들을 꾹꾹 눌러서 잘 해결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가슴한켠에 그대로 남아있었던 거예요.
그렇게 한참을 울고 나서야 꿈꾸는 배는 겨우 훌쩍 거리며 울음을 멈췄어요. 얼마나 울었던지 눈이 빨개졌지만, 이상하게도 가슴속은 뻥 뚫린 듯이 시원했어요. 꿈꾸는 배는 하늘에 떠있는 달님을 올려다보았어요.
"달님! 달님!"
꿈꾸는 배가 간절히 달님을 불렀지만, 달님은 은은한 달빛으로 바다를 비출뿐 아무 대답이 없었어요.
'달님...나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좀 알려주세요...'
꿈꾸는 배가 간절하게 달님을 불러봤지만, 달님은 야속하게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꿈꾸는 배는 달님이 자신을 환하게 비춰주고 있었기 때문에 여전히 달님이 자신을 응원하고 있다고 믿을수 있었어요. 사실 달님은 모두에게 환한 빛을 비추고 있었지만, 꿈꾸는 배는 이상하게도 달님이 자신에게만 특별히 응원의 빛을 비추고 있다고 생각되어졌어요.
아무튼 그날 꿈꾸는 배는 한결 후련해진 마음으로 부둣가에 돌아와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답니다.
꿈꾸는 배는 어제 이후로 자신이 뭔가 달라졌다고 느껴졌어요. 하지만 꿈꾸는 배의 일상이 바뀐건 하나도 없었어요. 아침에 일어나 무거운 짐을 싣고 어디론가 날랐고, 밤이 늦어서야 부둣가에 돌아와 잠을 잤어요. 그리고 다음날 아침 또 다시 짐을 싣고 어디론가 날라야 했고 밤늦게 부둣가에 돌아왔어요. 이전과 다름없는 반복적인 삶이었지만, 꿈꾸는 배의 얼굴은 분명 이전과 달라져 있었어요. 일을 할때는 노래를 불렀고, 밤이 되면 달님을 불렀어요. 그리고 함께 일하는 친구들과도 가까이 지내며 현재 주어진 삶에 충실히 살아가려고 노력했어요.
그러던 어느날 이었어요. 그날도 어느때와 같이 꿈꾸는 배는 일을 마치고 부둣가로 돌아오는 길이었어요.
"꿈꾸는 배야. 많이 힘들지"
꿈꾸는 배는 낯익은 목소리에 가슴이 뭉클해져 밤하늘을 올려다보았어요. 역시나 자신을 부른 것은 달님이었어요. 꿈꾸는 배는 울먹이는 소리로 달님을 불렀어요.
"달님. 왜 이제야 대답해주시는거에요. 저 정말 힘들었다고요..."
"미안하구나. 하지만 항상 널 지켜보고 있었단다. 그리고 응원하고 있었어."
꿈꾸는 배는 달님이 하나도 서운하지 않았어요. 그냥 지금 대화를 나눌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어요.
"꿈꾸는 배야. 네가 빛을 발하는 날이 올거야. 정말 늦지 않게 그날이 올거니까 힘내렴. "
꿈꾸는 배는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았는데 울음이 목구멍까지 차 올라 입을 열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어요.
"달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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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배는 달님과 만난 이후로도 여전히 무거운 짐을 나르며 살았지만, 가슴 한켠에 달님이 해준 말을 잊지 않고 살았어요.
'달님의 말처럼 언젠가 나도 빛을 발하는 날이 올거야. 그날을 위해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면 되는거야.'
꿈꾸는 배는 누가 보든 안보든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성실히 하려고 했어요. 가끔씩 실수도 하고, 고된 일에 지치기도 했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욕심부리지 않고 충실히 해나갔어요. 그러다보니 짐을 맡기는 사람들이 꿈꾸는 배를 눈여겨 보기 시작했고, 다들 꿈꾸는 배를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사람들이 꿈꾸는 배를 얼마나 좋아했는지 서로 꿈꾸는 배에게 먼저 짐을 실으려고 다툼이 일어나기도 했을 정도랍니다.
꿈꾸는 배 자신도 자신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예전에는 10개의 짐을 실으면 움직이기도 어려울만큼 힘들었는데, 이제는 15개의 짐을 싣고도 거뜬히 항해를 할 수 있었어요. 게다가 이전에는 먼곳을 항해해야 할때는 지겨운 생각밖에 들지 않았는데, 이제는 동료 친구들도 많아지고, 사람들과도 친해지면서 아무리 먼곳을 항해해도 지루하지 않았어요. 자신의 배에 탄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도 하고, 혼자 노래도 부르고, 재미난 상상을 하면서 항해하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었어요. 꿈꾸는 배는 점점 이 일이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어요. 물론 여전히 힘든 점도 많았답니다. 날씨가 안좋고 파도가 클때는 팔다리가 후들거릴정도로 힘들었고, 성격이 괴팍하고 안 좋은 사람들의 짐을 싣고 함께 항해할때면 그냥 짐이고 뭐고 다 내팽겨치고 도망치고 싶을때도 한 두번이 아니였어요. 하지만 꿈꾸는 배는 가끔씩 일어나는 그런 안 좋은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즐겁고 좋은 일들에 집중하기로 결심했고, 그러다 보니 일도 점점 수월해지고 잘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날,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는 겨울의 문턱에 들어서던 날이었어요. 그날도 여전히 꿈꾸는 배는 짐을 싣고 항해를 하고 있었고, 옆에는 같이 일하는 소망의 배가 함께 항해를 하고 있었어요. 소망의 배는 꿈꾸는 배가 가장 좋아하는 친구이자 동료였어요. 꿈꾸는 배가 함께 짐을 싣고 항해를 하고 있는 소망의 배에게 갑자기 질문을 던졌어요.
"소망의 배야. 넌 꿈이 있니?"
소망의 배가 갑자기 웬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황당한 얼굴로 꿈꾸는 배를 잠시 쳐다보았지만,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세계일주! 난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친구들과 함께 세계일주를 할거야! 꿈꾸는 배야 너도 나와같이 세계일주 하지 않을래?"
소망의 배의 대답에 꿈꾸는 배는 마치 보물이라도 발견한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꿈꾸는 배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어요.
"당연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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